내 첫 해외여행은 취업이 결정되고 난 후,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떠났던 3주 간의 유럽여행이었다.
블로그와 여행책을 뒤져 엑셀에 빡빡하게 짜낸 일정표를 들고,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11시에 잠에 드는 강행군이었더랬다.
유명하다는 곳은 다 가 봐야지 라는 생각으로, 남들이 먹었다는 건 다 먹고, 남들이 사진 찍었다는 곳에서는 나도 같이 셔터를 눌러댔다.
사실 두번째 해외여행도 다르지 않았다. 세번째까지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. 그러다 한번 블로그에서 꼭 가야한다는 곳을 갔더니 글쎄 온통 한국인이었다. 현지사람은 단 한명도 없이, 안내까지 모두 한국어로 된 타국에서 만난 작은 한국 같은 곳이었다.
하필 날씨도, 몸도 좋지 않은 날 가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꾸역꾸역 갔던 곳이라 더 그랬을까. 자유를 찾아 방랑하는 척 하더니 결국 내 생각은 하나도 없이 그저 남이 짜준 여행계획을 따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쳤다. 아주 세게.
그때부터 남들이 좋다는 곳보다 내가 가고 싶은 곳. 유명하진 않아도 내 마음을 흔드는 곳. 그래서 인터넷을 다 뒤져도 정보가 없지만 그래도 한번 가 보자고 용기낼 수 있는 곳을 더 많이 찾게 되었다.
나와 첫 해외여행을 함께 떠난 친구가, '그땐 우리가 여행에 대한 취향이 하나도 없었잖아' 라고 웃으며 말했다. 그 말을 듣고 난 이제 여행에도 취향이라는 걸 더하게 되었구나 싶었다. 내 마음대로, 정보도 없이 떠나는 여행. 덕분에 안해도 되는 고생도 하고, 여행을 다녀온 후에야 뒤늦게 그런게 있었구나, 하면서 미리 찾아보지 않은 것을 되려 후회하는 순간도 있었지만, 내 취향으로 꽉찬 풍요로운 시간이었음에 틀림 없다.
할슈타트는 이런 나에게 첫 유럽여행을 상기하게 하는 여행지였다. 딱히 무언가를 하고싶진 않았지만, 너무 유명한 관광지라 가본 곳이었다. 게다가 오스트리아에 살면서 할슈타트를 안 가본다는 건 뭔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은, 알 수 없는 의무감같은 게 있었다. 거리를 가득 메운 북적이는 관광객과 다른 도시들보다 비싼 물가, 불친절한 가게들. 좁디 좁은 포토스팟에 몰려 서있는 사람들. 사실 여느 관광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그 곳에서 내가 꼭 보고 싶은 것, 이럼에도 불구하고 오길 잘했어 라고 느낄만한 것이 없었다. 많은 사람이 인생여행지로 꼽는 곳이지만 나에게는 이렇다 할 감흥을 주지 못했던 거다. 겨우 반나절이라는 시간을 쓴 것 가지고 불평이 길었지만, 어쨌든 여행에 취향을 더해야한다는 여행모토를 더욱 진하게 새기게 곳.
글/그림 김파쿵kimpackung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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